진정언니 블로그를 읽다가 바가바드 기타 책을 봤다. 어 이거 어디서 본책이지???? 생각하다가 아 미친 그거네 검색기록을 뒤졌다. 맞았다 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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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번에서 명상을 하며 스케이트 타는 애를 만난적이 있다. 아니 뭔 극과극의 조합이냐고. 걔는 심지어 빡빡이 머리에 마르고 키가 커서 오호라 시바 딱 내 스탈이었다. 게다가 양아치끼도 없었다(중요).
그래서 존나 들이댔었는데 얘가 부담스러웠는지 잠수탔다. 약속 당일엔 결국 만났는데 나의 에베베 영어에도 잘 통했다. 알고보니 음악을 하는 거지 청년이었다. 깨진 폰 배경 화면은 붓다였고 약 술 담배 안하고 커피도 안 마신다고 했다. 허리는 항상 꼿꼿이 피고 다녔다.
당시 나는 플리를 곡에 어울리는 색으로 분류해뒀다. purple blue pink brown 이런식으로. 그게 감명깊었는지 우린 색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했다. 예를 들면 이 노래는 무슨 색 같은지 등
이후로 이새키가 연락이 없길래 명상 핑계로 또 내가 연락했다. (넌씨눈??) 의외로 바로 오케이 때리길래 만났는데 진짜 걔는 브런즈윅 공원에서 가부좌 틀고 명상을 하고 있었다. 잘지냈어? 해도 끄덕하고 다시 명상해서 뭔 이런놈이 다있냐고. 참 웃긴놈일세 생각했다. 노을 보면서 명상을 했는데 나는 집중이 안돼서 옆을 자꾸 힐끗거렸다.
난 점점 그 보이에 대한 환상이 사라져 친구 같았다. 원래 지혼자 북치고 장구치는게 내 특기다. (동생왈: 너혼자 아주 그냥 밴드를 차려라) 암튼 음악 취향은 달라서 걔는 환장하는 공연도 난 별루였는데 좋은척 했다. 덕분에 혼자선 못할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한 번은 내가 만만했나 약속을 어기더라고. 속으로 넌 빠이다 이자식아 했지.. 뒤늦게 만회하려고 하지도 않던 짓을 하길래 더 가소로워졌. 맘이 뜨면 그제서야 적극적으로 나오지 에라이. 마지막으로 만난 날이 있다. 전자음악 장비 플리마켓 갔다가 바다에 갔다. 걔가 주변에 또 보여줄 곳이 있다길래 갔는데 아닛 멜번 도심의 불교 사원 같은 곳이었다.
대부분 중동 이민자로 보여 우리 조합은 튀었지만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었다. 절 올리고 노래 부르고 물 뿌리고. 그런 곳은 한국에서도 가본적 없는데. 마침 관심이 있던터라 신기하게 구경했다. 다 끝난 뒤 이친구는 원래 짠돌이인지 그 나이에 맞는 거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나눠주는 밥을 먹고 갈래? 제안했다. 거절하면 돌아가는 차에서 꼬르륵 천둥소리가 들릴 것 같아 줄서서 무료밥을 받았다. 먹었다. 생각보다 넘 맛있어서 다 해치우고 숟가락에 붙어있는것까지 야무지게 떼어먹었다. 반해 걔는 조신하게 부끄부끄하면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서양인+ 어린데 불교에 대한 믿음이 큰게 신기했다. 밥 먹으면서 계기를 물어봤다. 어릴 때 어떤 책을 읽고 감명 받아서 빠지게 되었다고. 기억 못할게 뻔하니 제목을 내 작은 노트 뒷면에 써달라고 했다. 개발새발 글씨로 어떤 책인지 설명도 간략히 적어줬다. (모르는 영어 단어가 있으면 주석까지 달며 열심히 써주던 차칸 애였다) 이 사원은 맘이 복잡할 때 항상 오는 곳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기는 모든게 다 연결되어 있다 믿는다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얘는 갑자기 내게 고해성사를 하였다. 엄마뻘로 보이던 ex와 관계를 정리하지 못해 아직 한 집에 산단다. 전에 집 앞에서 마주친 어떤 아쥼마가 나를 존나 야려보기에 니 룸메 왜 화났었냐고 물어본 것 뿐인데. ㅋ 암튼 하루종일 운전하고 또 내 집에서 자기 집까지 가야하니깐 한녀 맘이 쓰려져서 (작별 선물이었다) 방에 있던 가부좌 양초하고 싸구려 사탕을 쥐어서 보냈는데. 걔는 아이같은 얼굴로 차에서 내려 나를 뿌서질듯이 안아줬다. 유어쏘스윗hana 외치며 떠났고 나중엔 안 궁금한 캔들 인증샷도 보내줬다. 나는 그 일로 충격을 받아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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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트를 찾아서 뒤적거렸다. 다른건 병적으로 기록하고 보관하면서 그 메모는 찢어서 버린 것 같다. 사진도 없다. 그 책이 맞는지 무슨 설명이었는지 궁금했는데
사파리 reading list를 뒤져 봤다. 나중에 봐야지 하고 저장해둔거였다. Bhagavad Gita. 맞았다 그 책. 모든게 연결되있다란게 맞는건가 아님 불교인들에겐 흔한책인가 (찾아보니 힌두교3대 경전이란다) 그 사이를 오가며 책을 주문했다.
물론 너무 노잼 같은 비주얼에 아직 손대진 않았다. 심심할때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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