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빳사나 10일 코스 첫 후기 1 – 안 도망침 (완성)

어제 오후에 집에 돌아왔다. 꽉찬 10일이라 11박 12일인셈인데 집에 오니 가족들이 내 몰골을보고선 경악했다. 3kg 빠졌다. 이번 경험은 ‘힘들었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했다. 근데 결론은 가보시라. 이거다. 니들도 함 힘들어 죽어봐라 아니고.. 일단 가보시라. 이 또한 ‘좋았다’라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하거든

그곳에서는 기록을 못하니 나오자마자 노트 한바탕 떠오른 것들을 적어뒀다. 님 사이비? 혹은 뇌절의 뇌절을 거듭할 만큼 느낀점이 많아서..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 다시 이어서 씀


Day 0. 밤부터 명상했는데 다리 통증 + 엄숙한 분위기에 압도 당함

Day 1. 단체 명상이 아닌 시간은 방에서 명상하거나 명상홀에 남아 명상하는 것이 원칙. 하지만 강제성이 없으니 틈만 나면 자러 도망감. 숨을 관찰하기 시작했는데 마음에선 들소가 날뜀. 와다다다다 미친 들소임 걍

Day 2. 허리디스크 터질 거 같은 feel이 와서 의자 요청. 덕분에 도망치지 않게 되었지만 이에 관해선 글을 따로 쓸 듯. 불면증 때문에 돌아버리겠는데 이명까지 들리기 시작. (불면증은 다수가 겪는 증상인 듯)

Day3.4.5 기억이 잘 안 남. 무난하게 흘렀고 숨 관찰에서 몸 전체 감각을 관찰하는 위빳사나 배움. 여전히 많이 잤지만 그래도 명상홀에 나가 있는 시간이 길어짐

Day 6. the worst day ever 이었는데 원래 데이6가 젤 고통스러운 날이라고 함. 힘들어서 눈물이 핑 돎. 머리에 온 신경이 쏠려서 터질 거 같았고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생각이 자꾸 듦. 초반의 마음의 들소보다야 평정심을 찾았지만 이번엔 육체적 피로가 느껴짐. 지금 생각해보니 명상할 때 visualizing 하면 안되는데 자꾸 시선이 따라가서 스캔하게 됨. 그게 두통의 원인이지 않았나.

심리적 힘듦에 대해 비유를 하자면, 어릴 때 피아노 연습 포도 칠하잖아. 감시자도 없고 피아노란 실체도 없는데 계속 연주해서 칠해야 됨. 포도는 끝없이 생기고 텅 빈 방 안에 홀로 있으니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상상 피아노를 계속 치는 상황이랄까

Day 7. 미친. 이걸 말하는거구나를 체득한 날. 흰 빛이 팡팡.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 느낌. 마치 깨어있는 자각몽?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자체와 고통이 없고 불쾌함이나 통증도 없음. 난 자유야~~~ 하면서 막 내 안에서 날라댕기는 기분이 약 1시간 20분간 지속됨. 무슨 마약한 후기 같지만 아님ㅋ 정신은 200% 또렷했음. but 이 유쾌한 감각이 일어날 때 특히 유의해야한다고 귀신같이 설명해주심. 이 또한 집착하면 안된다고 강조 또 강조

Day 8. 명상은 다시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 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평정심이 개발됨

Day 9. 나중엔 1시간 동안 자세를 바꾸거나 명상홀을 나가면 안되는 룰이 추가되는데, 과민성대장 때문에 강한 결심이고 뭐고 뛰쳐 나가버림. 암튼 위빳사나가 주는 이로움을 점점 더 체화시킴. 단순 이론이 경험 차원에서 받아들여진다는 부분이 너무 신기했음. 그니깐 아! 오! 이걸 말하는구나! 라는 순간이 자주 온달까?

Day 10. 오전 10시 침묵 해제. 사람들이 막 말하기 시작했는데 충격 받아서 방으로 도망침. 매우 자극적이었고 언어 능력이 더 퇴화되어 두마디 이상이 잘 안 나왔음. 법문에서 들었듯이 대화가 시작되니 진지한 명상은 하기 힘들어짐. 친목도 좋은데 이대로 쭉 침묵 유지하면 안되나 생각이 듦

Day 11. 새벽 단체 명상하고 맡은 구역 청소하고 복귀하는 일정. 아 피곤하다 집집집집 생각이 막 들기 시작했는데 고엔카 선생님 마지막 수업료 엔딩 듣고 (스포방지 차원에서 내용x) 눈물이 핑 돌았음. 말로는 표현 못 할 사랑과 자비가 묻어남을 느낌

집에 돌아온 후도 그 생생함이 느껴짐. 인생을 보는 관점 하나가 추가됨. 눈물이 좀 많아짐을 느낌 (슬퍼서가 아니고 아 뭐라해야댐.. 말로 설명못해이건)

이건 놀랍게도 간략하게.. 느낀 점 요약임ㅋㅋㅋㅋ 나머지는 후기 2에서 뵙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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