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우소 >> 마음의 AI화
‘어떠한 감각에도 반응하지말고 갈망과 혐오를 일으키지 않는다’
명상내내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아 마음을 ai로 만들라는거구나. 인간으로 태어나서 (지능말고 마음만이라도) ai 비스무리해지려면 평생 수행이 필요하겠네 맞네~ 이런 생각. 자꾸 로봇 빙의돼서 스캔 완료 휴먼. 막 속으로 계속 이럼 멈출 수 없었음. 이게 하지말라고 생각하면 더 하게 되어있어서 걍 놔둬야함.
마주치자마자 와 표정 좋다!라고 느낀 경험이 있는지? 이번에 매니저님 포함 중년 여성 두분이 그러했는데 키크고 마르고 매너가 좋고 행동이 조심스럽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리고 행동이 조심스럽다하니 생각나는데 방에 있으면 발 뒷꿈치 찍는 소리가 너무 심하게 울려서 고통임. 양말 신고 문워크하듯이 걸으면 안 남. 명상홀에서도 양말 신으면 쩍쩍 소리 안 나는데.
암튼 감각 스캔하다가 딴 생각으로 빠지다가를 반복하는데 명상 중 말고 산책하다가 혹은 자기 전 아주 깊은 혐오가 올라왔음. 그때마다 너무나도 불쾌하고 울렁거렸는데 이것 또한 법문에서 하나의 과정이라 미리 예고해주기 때문에 괜찮았다. 오 이걸 말하는거구나! 체득하는 순간이기도 해서
과거를 굳이 불러와서 어쩌고 하지 않는 점이 가장 좋았다. ‘반응하지 않으면 저절로 떠올라서 사라진다’ 이게 뭔 뜬구름 잡는 소리여 싶었는데 진짜 그렇더라고. 대부분의 과거가 혐오라 떠오를때마다 불편했고 점점 강도가 세졌는데, 연습한대로 평정에 집중하니 괜찮아지는 경험을 함. 차츰 괜찮아지게 됨. 부정성 필터 없이 팩트만 보려고 하기 때문에
의도보단 결과라고 생각했던 과거를 떠올렸고 그게 아니라는걸 알았다. 의도의 중요성. 그리고 갠적으로 윤회 사상은 갸우뚱하지만 수행과는 무관하니 됐고. 종교활동이라곤 어릴때 선물 받으려간 교회가 전부인데, 왜 종교를 갖는지 좀 알겠음. holy함 안정감을 느끼며, 믿음과 행위의 결과 측면에서 이해됨
이런 후기 혹은 할 일이 떠올라서 약간의 집착이 생김. 까먹지말고 생각해둬야지 뭐 이런. 쓰지 못하게 하는 것도 마음이 흐트러짐 예방 차원이라는 걸 이해하니 좀 나아짐. 읽지 못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나중엔 혼자 상상 기타치고 oasis 곡들을 작게 부르기 시작 -wonderwall! 말하지 못하는건 하나도 어렵지 않았고 오히려 편했다. 국가차원에서 침묵의 날 있었음 좋겠다 생각도 듦. 또 여기 오게 된 계기인 진정님 글들이 자꾸 떠올랐음 겹치는게 많다보니 (특히 ego 관련)
동생하고 왔으면 온전한 집중이 힘들었을 것 같음. 눈빛도 조차 주고 받으면 안되지만 자꾸 힐끔거리고 웃겼을 듯. 글고 한번쯤은 완전 고립되어 몰입할 기회도 필요하다고 생각. 얘는 따로 보내려고 지속적인 푸쉬 중이며 온 가족한테 무조건 한 번 가봐야한다고 설득하고 있으나 역시 쉽지 않음.
단체 명상빼고는 남녀 마주칠 일이 없게 분리가 철저한데, 꼭 필요한 듯. 1-2시간 허리 꼿꼿 정자세로 끈덕지게 앉아있는 젊은 남성들에게 나도 모르게 힐끔힐끔 눈이 갔으므로.. 이 역시 마음 수련을 위해 분리가 필요함을 느낌
담마코리아 진안군 센터의 산책로는 좁지만 조경이 매우 아름답다. 산, 꽃, 나비, 벌, 나무, 낙엽, 새소리 등 덕분에 다람쥐처럼 쳇바퀴 돌아도 괜찮았음. 밥은 뭐 말할 것도 없이 훌륭했다. 시설도 무료임에도 준수함. (알러지 심한 사람은 개인 침구류 들고 가는걸 추천. 난 또 간다면 베개를 챙기겠어)
우연히 길게 얘기하게된 분이 있는데 그 분은 코스 참여 범위가 전세계였음. 흥미로웠고 뉴질랜드가 엄청 좋다는 정보를 입수. 그리고 봉사를 강력 추천해주셨음. 힘들지만 재밌다고 그만큼 얻는게 있다고. 암튼 법문 들으며 10일 코스 봉사 한 번은 해봐야지 의무감이 생겼는데 그래.. 또 가야지 한 번 생각함. 시기는 몰라
마지막에 폰을 받았는데 너무 매끄럽고 외계인의 발달 문명을 접한 기분이라 충격 받음. 손이 달달 떨림. 10일 동안 꺼져있던 폰에선 역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음. 집에 와선 그동안 시켜둔 택배를 뜯는데 이 역시 고자극이라 느꼈고. 풍요의 시대에 살고 있구나, 이 좋은 환경에서 뭐가 그리 불만이었던가 찡찡댔던 것인가 생각이 들었음.
✶ 마주쳤던 어려움
1. 허리디스크
좌식은 디스크인들이 피해야 할 대표적 자세임. 허리 꼿꼿이 피면 괜찮을줄 알았는데 다리에 마비처럼 전기가 쫘릿 흐르는 느낌이 들었음. 바로 의자를 받았지만 솔직히 양심이 찔렸음. 왜냐 보통 의자는 중노년층이 많이 쓰기 때문에. 아줌마들 혹은 배 많이 부른 임산부도 하루종일 앉아있는데 혼자서 괜히 찔려갖고. 허나 디스크 터지는 느낌 + 고통 받자고 여기 온건 아니니깐 그냥 씀. 되도록 등받이는 안 쓰는게 덜 졸림
나중에 침묵 해제되고 들었는데 예전에는 의자 주는게 엄청 엄격했다고. 허리디스크든 뭐든 교통사고 당한거 아니잔슴 이러면서 거부했다는데, 최근에는 유하게 바뀐 것 같다. 이것도 담당 선생님마다 다름. 다리 아프고 저린게 수련의 한 부분이라 참으라는 것도 이해가 됨. 그래도 디스크는 한 번 터지면 회복이 많이 더디기에 알아서 잘 판단하시길.
2. 과민성대장증후군
스트레스 받으면 장이 꾸룩꾸룩 난리가 나는 증상임. 가스약을 안 챙겨갔던걸 젤 많이 후회함. 명상홀은 정-말 고요함. 옆사람 숨소리까지 들리는데 거기서 내 장이 꾸룩꾸룩 삥뽕 움직이면 하.. 명상이고 나발이고 죽고 싶어짐. (이것도 수행 중 일부겠지..)
그니깐 남한테서 들리면 그냥 그런갑다하고 마는데. 나한테서 나면 미쳐버리는 것임. 고통스러우니 식사량 조절, 산책, 스트레칭을 병행함. 거기다 한 시간 내내 배에 힘을 주고 있어도 소리는 내가 어떻게 컨트롤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녔음. 나중엔 아닛짜- 아닛짜 시바ㄹ!!!!! 언제 종쳐 시바루 이렇게 맘이 날뛰는 경험을 함. 그래도 예전 같았음 나만 왜 할머니 장이냐고 10일 내내 혐오했을텐데, 그래도 널 미워하진 않는다 소화는 시켜야지.로 점점 맘이 컨트롤 됨
암튼 줄 수 있는 팁은 가스약을 챙겨가고, 진짜 적게 드셔야 됨. 꼬르륵 소리 나지 않을 정도만 먹고. 바로 눕지 말고 산책 많이 하기.
✶ 지금
갔다온지 일주일 넘었는데 그 감흥과 감정이 빠른 속도로 퇴화됨을 느낌. 그래서 하루 두시간 명상을 무조건 이어나가라 하는 것임. ㅠㅠ 아예 놓고 살면 까먹고 다시 혐오와 갈망으로 살아갈 듯. 지금은 하다 안하다를 반복함. 남들한테 좋다하면서 가라하면서ㅋ 그래 나부터 열심히 수행하고 떠들어야지 반성함 (부정성이 많은편인 엄마한테 강제로 가라고 하다가 마찰 생김)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여기서 백날 떠들고 후기 어쩌고 해도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소용이 1도 아니 0도 없음. 까먹을까봐 명상원 나오자마자 썼던 아래 노트들도, 붓다 고엔카 선생님 책도, 명상 수행이 없으면 그냥 종이 쓰레기 조각인 것. 이건 나한테 하는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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